11살 손자 살해 시도한 할머니…양육 스트레스가 만든 비극
최근 대구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손자를 살해하려 한 70대 할머니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인데요,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범죄 이상의 가정 내 돌봄 구조의 위기, 그리고 고령 돌봄자의 정신적 소진이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사건 개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2024년 6월 26일, **11살 손자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70대 할머니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은 2023년 9월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습니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손자 B군(11세)을 두 차례에 걸쳐 흉기로 공격하고 질식시키려 했습니다.
다행히도 B군이 강하게 반항하고 도망쳐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손자의 상태와 가정의 상황
조사에 따르면 B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불안증 등을 앓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일상에서 이상행동을 반복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A씨는 인근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실질적으로 B군의 주 양육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B군의 부모마저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쳐가자,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했습니다.
손자를 죽이고 스스로도 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과 선처 이유
재판부는 “11살 손자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 행위는 반인륜적인 범죄이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참작 사유를 고려했습니다.
- A씨가 가족의 돌봄 스트레스와 감정적 압박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한 점
- 피해자 B군이 크게 다치지 않았고 건강을 회복한 점
- A씨의 아들과 며느리가 피고인을 선처해달라고 탄원한 점
이런 점을 종합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미수’ 사건이 아닙니다.
‘가족 돌봄의 부담’이 개인의 한계를 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입니다.
- 조부모가 주 양육자가 되는 구조,
특히 고령의 돌봄자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 책임을 지는 현실. - ADHD나 정신적 질환을 가진 아동을 위한 전문적 돌봄 시스템의 부족.
- 가족 내 돌봄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전무하거나 미약한 점.
제도적 대안이 절실합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 1. 고위험군 가정에 대한 선제적 개입
정신질환을 겪는 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지자체의 정기적 상담 및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 2. 조손가정을 위한 맞춤형 복지 확대
실질적으로 조부모가 양육을 도맡는 ‘조손가정’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 양육 스트레스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합니다.
🔹 3. 가정 돌봄 전담자의 정기적 상담 및 휴식 지원
고령자가 아동을 돌보는 경우, 정기적 정신건강 평가와 돌봄 휴식제도가 필요합니다.